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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학원 대신 상담센터로 아이 데려가는 엄마들

  • 학과관리자
  • 조회 : 2062
  • 등록일 : 2017-06-29
 
웅변학원 대신 상담센터로 아이 데려가는 엄마들


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616174902077?f=m&rcmd=rn



[ 이현진/구은서 기자 ] 주부 박수진 씨(39)는 초등학생 아들의 담임교사로부터 “아이를 상담센터에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수업시간에 유난히 산만하고 때로는 교실을 뛰쳐나가는 등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얘기였다. 깜짝 놀란 박씨는 주변에 조언을 구했지만 ‘선배 엄마’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별일 아니라며 평판 좋은 상담센터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아이가 많더라”며 “예전에는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웅변학원을 보냈다면 요즘은 상담센터에 간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심리상담은 십여 년간 미래 유망 직종으로 꼽혔지만 좀처럼 성장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상담사 사이에서는 ‘영원한 유망주’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왔다. 그러다 2010년께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자기계발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힐링(치유)과 인문학, 심리학 등 서적이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책으로는 정신과 의사 김혜남 인천나누리병원 소장이 쓴 《서른살이 심리학에 묻다》,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 등이 꼽힌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급팽창

상담이 가장 빨리 보급된 곳은 학교다. 청소년의 부적응·왕따·자살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학교마다 상담교사가 배치됐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학생위기상담종합지원서비스인 ‘위클래스’의 영향이 크다. 주변에서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사례를 흔하게 접하면서 과거 ‘정신병’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옅어졌다.

상담 경험이 좀 더 다양한 연령층으로 퍼진 것은 기업이 사내 복지 차원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부터다. 정신건강 컨설팅회사인 마인드프리즘기업연구소는 ‘우리마음보고서’ ‘홀가분워크숍’ 등 조직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주요 고객사로는 국민연금공단 보건복지인력개발원 LG 삼성 CJ 네이버 SK하이닉스 등 50여 곳이 있다.

상담사들은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심리상담시장 확대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자 소통과치유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는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이라며 “이 시기를 전후로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상담시장 팽창을 사회 발전의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급하다 보니 정신건강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조차 없었다”며 “사회가 고도화되고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자 경쟁 심화로 개인과 조직의 스트레스가 늘어난 게 심리상담시장을 키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예능 프로그램까지 진출한 상담



상담을 활용한 각종 콘텐츠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마인드프리즘의 맞춤형 심리검사 서비스인 ‘내마음보고서’가 대표적이다. 2012년 시작한 내마음보고서의 누적 이용객은 4만 명. 설문지를 작성해 마인드프리즘으로 보내면 신청자의 심리 상태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책자 형태로 받을 수 있다. 비용은 8만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생일선물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초기에는 30대 후반 여성 회사원이 주고객이었다면 최근에는 20~40대로 확장됐다. 성비도 8 대 2에서 6 대4 수준으로 남성 비중이 커지고 있다.

TV 프로그램이나 웹툰 역시 상담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SBS플러스는 지난 3월 본격적인 상담방식을 차용한 교양예능프로그램 ‘내 말 좀 들어줘’을 제작했다. 연예인이 아니라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이 MC로 나섰다.

웹툰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이 웹툰이 올라오는 페이스북 페이지 독자는 8만7360명에 달한다. 임상 및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작가(필명 서밤)는 “사람들에게 정신건강에 대해 알리고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화를 그렸다”고 했다. 서밤 작가가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서늘한 마음썰’, 정신분석가 이승욱 박사의 ‘이승욱의 공공상담소’ 등 관련 팟캐스트도 인기다.

상담을 위해 굳이 센터나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소울링의 ‘심야상담소’, 휴마트컴퍼니의 ‘트로스트’ 등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상담받을 수 있다. 전문상담사들이 실시간 채팅이나 메일 등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경민 소울링 대표는 “심리상담은 마음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시장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쉽진 않다”며 “고객이 최대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수요 못 따라가는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관련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대학 내 학생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려면 몇 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일부 학생은 빨리 상담을 받으려고 일부러 “자살하고 싶다”는 자극적인 신청 사유를 쓰기도 한다. 한 대학생은 “상담을 신청했더니 ‘엄청 급하진 않죠’라고 물어보더라”며 “순번 기다리기보다 자연 치유가 빠를 것 같다”고 했다.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기업들도 앞다퉈 사내 상담시설을 설치했지만 이용하는 직원은 드물다는 게 그 증거다.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데도 직원들은 사생활 노출 등을 우려해 이용을 꺼리는 형편이다. 한 기업 내 심리상담사는 “사내 상담센터 이용 기록만으로도 인사상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현진/구은서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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